계좌를 열거나 계약을 하거나 중고 거래를 정산할 때, 신분증 사본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그 요청에 단서가 붙습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가려서 보내 주세요."
가리라고 해서 가리기는 하는데, 여기서 두 가지가 헷갈립니다. 어디까지 가려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가려야 진짜 가려지는지입니다. 두 번째가 특히 함정입니다. 화면에서 안 보인다고 파일에서 지워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본 한 장이 갈 수 있는 거리
종이 사본은 건네주면 끝이지만 이미지 파일은 다릅니다. 메신저로 한 번 보내면 상대방 기기, 대화방 서버, 자동 백업된 클라우드에 동시에 남습니다. 상대가 성실해도 통제 밖의 복사본이 이미 여러 개 생긴 뒤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먼저 마스킹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받는 쪽 입장에서도 필요 없는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요구받지 않았더라도 보내기 전에 가리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되돌릴 방법이 없는 종류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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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마스킹
• 가릴 곳을 드래그하면 그 부분이 지워져요. 색·모자이크·블러 선택. • 신분증·서류 사본의 개인정보를 가릴 때. 업로드 없이 브라우저에서.
가려야 하는 것, 남겨야 하는 것
여기서 가장 흔한 실수는 너무 많이 가리는 것입니다. 불안한 마음에 이름과 생년월일까지 덮어 버리면 신원 대조가 안 되어 서류가 반려됩니다. 마스킹은 정보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확인에 필요한 만큼만 남기는 일입니다.
| 대체로 가리는 쪽 | 대체로 남기는 쪽 |
|---|---|
|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 이름, 생년월일 |
| 면허번호·여권번호 등 고유번호 | 사진, 발급기관 |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성별을 나타내는 첫 한 자리만 남기고 가리라는 곳도 있고, 뒷자리 전부를 가리라는 곳도 있습니다. 발급일자와 발급기관은 요구처에 따라 갈립니다. 진위 확인에 쓰기 때문에 남겨 달라는 곳이 있고, 필요 없으니 가려도 된다는 곳이 있습니다.
⚠️ 그래서 기준은 하나입니다. 무엇을 가릴지는 받는 쪽이 정합니다. 제출처 안내문에 명시된 대로 하고, 없으면 물어보는 게 가장 빠릅니다. 이 글의 표는 자주 보이는 관행이지 규정이 아닙니다.
도형을 얹은 것은 가린 것이 아니다
이게 실질적으로 가장 위험한 부분입니다.
한글이나 워드, PDF 뷰어에서 검은 사각형을 그려 주민번호 위에 올려놓으면 화면에서는 안 보입니다. 그런데 그 사각형은 원본 위에 놓인 별개의 요소입니다. 도형을 선택해서 옮기거나 지우면 아래 숫자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PDF에서 텍스트를 드래그해 복사하면 가려진 글자가 그대로 딸려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관공서나 기업이 문서를 공개했다가 이 방식으로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분명히 가렸다고 생각했고, 화면에서도 가려져 있었습니다.
제대로 가리려면 가린 상태로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원본 픽셀이 새 파일에 남지 않도록 굽는 것입니다. 이 도구가 하는 일이 그것이고, 그래서 저장한 파일에서는 박스를 치울 방법이 없습니다. 지워진 자리에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자이크와 블러를 숫자에 쓰지 않는 이유
모자이크와 블러는 보기에 부드럽고 문서를 덜 훼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정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입니다. 원본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경우의 수가 적은 대상입니다. 숫자 한 자리는 0부터 9까지 열 가지뿐입니다. 같은 글꼴로 열 개를 만들어 같은 강도로 흐린 뒤 비교하면 어느 것이 원본인지 좁혀집니다. 자릿수가 정해진 주민번호나 카드번호는 이 방식에 특히 약합니다.
반대로 배경에 지나가는 행인의 얼굴처럼 경우의 수가 사실상 무한한 대상은 모자이크로도 충분합니다. 판단 기준은 "가리려는 것이 몇 가지 중 하나인가" 입니다. 숫자와 문자에는 채우기를 쓰고, 모자이크는 그 외에 씁니다.
워터마크 — 가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
마스킹은 정보를 빼는 일이고, 워터마크는 용도를 묶는 일입니다. 둘은 서로 다른 위험에 대응합니다.
주민번호를 가려도 사진과 이름이 남은 사본은 여전히 다른 곳에 제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사본 위에 ○○은행 계좌개설 제출용처럼 용도와 날짜를 겹쳐 씁니다. 이렇게 하면 그 사본이 다른 데 쓰였을 때 출처가 드러나고, 애초에 재사용하기 어려워집니다.
효과를 보려면 글자가 중요한 영역 위를 지나가야 합니다. 여백에 얌전히 한 줄 넣으면 잘라내면 그만입니다. 사진과 이름 위로 대각선으로 반복해서 얹고, 아래 내용이 읽힐 정도로만 투명도를 낮추는 것이 요령입니다.
사진 파일에 딸려 가는 정보
눈에 보이는 것만 정보가 아닙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에는 EXIF라는 항목이 함께 저장되는데, 여기에 촬영 시각과 위치 좌표, 기기 모델이 들어갑니다. 집에서 신분증을 찍었다면 그 좌표는 집 주소입니다.
숫자를 아무리 잘 가려도 이 정보가 그대로면 절반만 가린 셈입니다. 다행히 이미지를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EXIF는 함께 사라집니다. 마스킹한 파일을 내보내면 위치 정보도 같이 빠집니다.
⚠️ 다만 원본 파일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보낼 때 마스킹한 파일을 보냈는지 확인하세요. 이름이 비슷해서 원본을 첨부하는 실수가 의외로 잦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린 부분을 나중에 되돌릴 수 있나요? 저장한 파일에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게 이 방식의 목적입니다. 원본이 필요하면 마스킹 전 파일을 따로 보관하세요. 화면에서 작업하는 동안에는 되돌리기와 박스 삭제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습니다.
Q. 채우기 색은 무엇이 좋나요? 검정이 무난합니다. 흰색은 서류 배경과 섞여 "인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문의를 받을 수 있고, 회색은 모자이크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가렸다는 사실이 분명히 보이는 편이 낫습니다.
Q. 여러 장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나요? 한 장씩 처리합니다. 신분증 사본은 장마다 가릴 위치가 다르고, 일괄 처리는 눈으로 확인하는 단계를 건너뛰게 만듭니다. 가리는 작업에서 확인을 생략하는 건 위험한 절약입니다.
Q. 파일이 서버로 올라가나요? 올라가지 않습니다. 이미지를 여는 것부터 마스킹, 저장까지 전부 브라우저 안에서 끝납니다. 신분증을 남의 서버에 올리라는 도구는 애초에 쓸 이유가 없습니다. 페이지를 한 번 연 뒤 인터넷을 끊고 작업해도 그대로 동작합니다.
Q. 공용 PC에서 작업했습니다. 다운로드 폴더에 마스킹한 파일과 원본이 모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둘 다 지우고, 휴지통도 비우세요.
가리는 일은 몇 초면 끝납니다. 시간이 드는 쪽은 그 앞뒤입니다. 무엇을 가릴지 제출처에 확인하는 것, 그리고 보내기 전에 마스킹된 파일이 맞는지 한 번 더 여는 것. 이 두 가지가 나머지보다 중요합니다.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