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이름을 처음 정할 때는 별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다 논문을 쓰거나 항공권을 끊거나 서류를 낼 때가 되면 문제가 됩니다. 어떤 데는 Gim, 어떤 데는 Kim, 형제끼리 성이 다르게 적혀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죠.
규칙 자체는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 규칙 안에 예외 조항이 여럿 있고, 관공서마다 요구하는 것도 조금씩 다릅니다. 이 글은 그 구조를 정리한 것입니다. 철자를 바로 얻고 싶으면 변환기에 넣으시고, 왜 그렇게 나오는지가 궁금하면 이 글을 읽으시면 됩니다.
로마자 표기법은 글자가 아니라 소리를 옮깁니다
한국에서 쓰는 표기 기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안내와 해설을 맡고 있어 흔히 국립국어원 표기법이라고 부릅니다. 2000년에 개정된 이 방식을 영문으로는 RR(Revised Romanization)이라고 합니다.
핵심 원칙은 첫 줄에 나옵니다. 국어의 표준 발음법에 따라 적는다. 즉 한글 자모를 하나하나 알파벳으로 갈아 끼우는 게 아니라, 실제로 소리 나는 대로 적습니다. 그래서 같은 글자가 자리에 따라 다른 알파벳이 됩니다.
| 한글 | 로마자 | 일어난 변화 |
|---|---|---|
| 백마 | Baengma | ㄱ이 ㅁ 앞에서 ㅇ 소리로 |
| 종로 | Jongno | ㄹ이 ㅇ 뒤에서 ㄴ 소리로 |
'백마'를 글자대로 옮기면 Baekma지만 실제 발음은 [뱅마]라서 Baengma가 됩니다. '종로'도 [종노]로 소리 나기 때문에 Jongno입니다. 이런 변화는 연음·비음화·유음화·ㅎ 축약·구개음화 다섯 갈래로 나뉘고, 변환기가 다섯 가지를 모두 반영합니다.
된소리되기는 반영하지 않습니다
발음을 따른다고 했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습니다. 된소리되기(경음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압구정'은 실제로 [압꾸정]으로 소리 나지만 표기는 Apgujeong입니다. 여기서 g를 kk로 적지 않습니다. '울산'도 [울싼]이지만 Ulsan입니다. 변환기도 이 규정을 그대로 따르므로, 결과에 kk나 tt가 안 보인다고 오류가 아닙니다.
사람 이름은 규칙에서 한 번 더 빠집니다
여기서 많이 헷갈립니다. 표기법에는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고, 이름에서 일어나는 음운 변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드는 예가 '한복남'입니다. 발음대로면 [한봉남]이라 Hanbongnam이 되겠지만, 인명 규정으로는 Han Boknam이 맞습니다. 이름 안에서 일어난 ㄱ→ㅇ 변화를 무시하고 글자마다의 소리를 그대로 살린 겁니다.
변환기는 발음을 반영하는 도구이므로 '한복남'을 통째로 넣으면 규정과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이름은 한 글자씩 따로 넣어 이어 붙이십시오. 복 → bok, 남 → nam 식으로 얻어 Boknam으로 조립하면 규정에 맞는 철자가 됩니다.
성(姓)은 관습 표기를 씁니다
성은 아예 다른 트랙에 있습니다. 고시문에 **"성의 표기는 따로 정한다"**고만 적혀 있고, 실제로 별도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채로 관습 표기가 굳어졌습니다.
표기법을 글자 그대로 적용하면 김은 Gim, 이는 I, 박은 Bak, 최는 Choe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쓰이는 것은 Kim · Lee · Park · Choi입니다. 여권·논문·명함·학위기 어디를 봐도 이쪽이 압도적입니다. 변환기가 '김'을 Gim으로 내놓더라도, 이미 써 온 표기가 있다면 그것을 유지하는 편이 혼란이 적습니다.
★ 여권 영문성명은 신중하게 —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권의 영문성명은 한번 발급받으면 정해진 사유가 아니고서는 변경이 어렵습니다. 단순히 마음에 안 든다거나 더 예쁜 철자를 찾았다는 이유로는 바꿔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철자는 여권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항공권·비자·해외 계좌·학교 서류가 모두 여권 철자를 따라가고, 하나라도 어긋나면 탑승이나 심사에서 문제가 됩니다.
가족 간 성 표기를 맞추는 것도 놓치기 쉬운 지점입니다. 아버지가 Lee인데 자녀가 Yi로 발급받으면, 서류상 가족 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번 설명이 필요합니다. 첫 자녀 여권을 만들 때 집안이 이미 쓰고 있는 철자를 확인해 두십시오.
여권 영문성명은 로마자 표기법을 권장하면서도 관용 표기를 넓게 인정하는 등 별도 기준으로 운영됩니다. 변환기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며, 신청 전에 외교부 여권안내나 발급 기관의 최신 안내를 한 번 더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붙임표(-)를 언제 넣는지
붙임표는 세 자리에서 쓰이고, 성격이 각각 다릅니다.
① 발음이 헷갈릴 때 — 넣을 수 있습니다. '중앙'을 그냥 적으면 Jungang인데, 이건 [준강]으로도 읽힙니다. 그래서 Jung-ang처럼 붙임표로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변환기는 붙임표를 자동으로 넣지 않으니 필요하면 직접 끼워 넣으십시오.
② 이름의 음절 사이 — 넣을 수 있습니다. Han Boknam도 되고 Han Bok-nam도 됩니다. 다만 여권처럼 하이픈 사용에 관한 별도 안내가 있는 서식에서는 그 안내를 따르십시오.
③ 행정구역 단위 앞 — 반드시 넣습니다. do·si·gun·gu·eup·myeon·ri·dong·ga 앞에는 붙임표를 넣습니다. 충청북도는 Chungcheongbuk-do입니다. 그리고 이 붙임표 앞뒤에서 일어나는 음운 변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반면 남산(Namsan)이나 경복궁(Gyeongbokgung) 같은 자연 지물·문화재 이름은 붙임표 없이 붙여 씁니다.
변환기가 손대지 못하는 두 가지
기계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단어의 짜임, 즉 형태소 경계를 알아야 풀리는 문제들입니다.
첫째, 체언에서 ㄱ·ㄷ·ㅂ 뒤에 ㅎ이 올 때는 ㅎ을 밝혀 적습니다. '묵호'는 발음이 [무코]지만 표기는 Mukho입니다. 변환기는 발음을 따라 Muko를 내놓으니 이런 지명은 손으로 고쳐야 합니다.
둘째, ㄴ·ㄹ 소리가 덧나는 경우입니다. '학여울'은 Hangnyeoul이 맞지만 변환기는 글자를 그대로 이어 읽습니다. 지명이나 합성어를 옮길 때 결과가 어색하면 이 두 가지를 의심해 보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Q. 여권에 적힌 철자와 변환기 결과가 다릅니다. 바꿔야 하나요? 아니요. 이미 여권에 등록된 철자가 있다면 그것이 기준입니다. 항공권과 각종 서류는 여권과 한 글자도 다르면 안 되므로, 변환기 결과가 표기법에 더 가깝더라도 여권 철자를 그대로 쓰십시오. 변환기는 아직 정하지 않은 이름이나 참고용 표기를 얻을 때 쓰는 도구입니다.
Q. 성과 이름 중 무엇을 먼저 쓰나요? 표기법은 성 다음에 이름을 쓰고 그 사이를 띄우도록 정하고 있습니다(Han Boknam). 다만 해외 논문지나 서식에서 이름을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있고, 이때는 쉼표로 구분해 Han, Boknam처럼 적기도 합니다. 제출처 서식을 따르시면 됩니다.
Q. 영문 주소는 여기서 만들어도 되나요? 구조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 서류나 택배에 적을 주소라면 주소정보누리집(juso.go.kr)의 영문 검색 결과가 가장 확실합니다. 도로명 표기(대로 -daero, 로 -ro, 길 -gil)와 행정구역 붙임표가 이미 반영돼 나오기 때문입니다.
Q. 입력한 이름이 서버로 전송되나요? 아니요. 변환은 전부 브라우저 안에서 처리되어 이름이나 주소를 넣어도 어디에도 저장되거나 전송되지 않습니다.
로마자 표기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규칙이 정한 답, 관습이 정한 답, 그리고 이미 내 서류에 적혀 있는 답이 각각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를 골라 모든 서류에서 일관되게 쓰는 일입니다.